제비와 까마귀
이솝 우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이었어요. 아주 멋쟁이 제비 한 마리가 있었죠. 제비는 자기의 매끈한 검은 깃털과 날렵한 몸매를 무척 자랑스러워했어요.
그 근처에는 까만 깃털을 가진 까마귀도 살고 있었어요. 까마귀는 제비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조용하고 생각이 깊었답니다.
어느 날, 제비가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는 까마귀를 보았어요. 제비는 뽐내며 말했죠. "까마귀야, 안녕? 넌 어쩜 그렇게 칙칙한 옷만 입고 다니니? 나처럼 예쁜 깃털도 없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훨훨 날아갈 수도 없잖아! 겨울이 오면 넌 어떡할 거야? 춥고 배고플 텐데."
까마귀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제비야, 네 깃털은 정말 아름다워. 그리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하는 것도 멋지겠지. 하지만 나는 이 추운 겨울도 여기서 씩씩하게 견딜 수 있단다. 내 깃털은 너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겨울바람을 잘 막아주거든. 그리고 나는 겨울에도 먹을 것을 찾아낼 수 있어."
제비는 까마귀의 말을 비웃었어요. "흥, 두고 보자!"
시간이 흘러 여름이 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날씨는 점점 추워졌죠. 제비는 슬슬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어휴, 추워! 이제 정말 남쪽으로 떠나야겠어." 제비는 다른 제비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남쪽 나라로 훌쩍 날아갔어요.
쌩쌩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왔어요.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죠. 까마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어요. 때로는 먹을 것을 찾기 힘들고 춥기도 했지만, 튼튼한 몸으로 겨울을 잘 이겨내고 있었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왔어요. 얼었던 땅이 녹고 예쁜 꽃들이 피어났죠. 따뜻한 햇살과 함께 제비도 돌아왔어요. 제비는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까마귀를 보았어요. 까마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건강하게 앉아 있었죠.
제비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겉모습이 화려한 것보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까마귀의 수수하지만 튼튼한 깃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말이에요.
1649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