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와 조각가
이솝 우화
하늘 위 올림포스 산에는 여러 신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날개 달린 신발을 신은 헤르메스는 궁금한 게 아주 많은 신이었답니다. 어느 날 헤르메스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음, 땅 위의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할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신인지 알고 있을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헤르메스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모습을 바꾸고 땅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는 조각품을 파는 가게로 들어갔죠. 가게 안에는 정말 멋진 신들의 조각상들이 가득했어요.
헤르메스는 가장 크고 위엄 있어 보이는 조각상을 가리키며 조각가에게 물었어요. "와, 저건 번개를 들고 계신 제우스 신의 조각상이군요! 정말 멋진데,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조각가가 대답했어요. "아, 저 제우스 신상 말씀이십니까? 아주 귀한 작품이라 금화 열 닢입니다."
"오, 역시 최고신 제우스시네요!" 헤르메스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다음 헤르메스는 제우스 신상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신의 조각상을 보며 물었어요. "그럼 저 우아한 헤라 여신님의 조각상은 얼마인가요?"
조각가가 말했어요. "헤라 여신상도 아주 훌륭하지요. 그건 금화 여덟 닢입니다."
"흠, 그렇군요." 헤르메스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제우스 신 다음은 헤라 여신님이라... 그럼 내 조각상은 얼마나 비쌀까? 나는 신들의 심부름꾼이고, 여행자와 상인들의 수호신이니까 분명 아주 비쌀 거야!'
기대에 부푼 헤르메스는 자기 모습을 본떠 만든 조각상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그 조각상은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고 있었죠. "그럼 저기 저 날쌘돌이처럼 생긴, 날개 달린 신발을 신은 신의 조각상은 얼마인가요?"
그러자 조각가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아, 손님. 만약 저 제우스 신상과 헤라 여신상을 모두 사신다면, 그 조각상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헤르메스는 얼굴이 빨개졌어요. 자기가 아주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덤이라니! 헤르메스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가게를 나왔답니다. 그때부터 헤르메스는 너무 자기를 뽐내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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