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멧돼지
이솝 우화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햇볕은 쨍쨍 내리쬐고, 동물들은 모두 그늘을 찾아 헉헉거렸죠.
동물의 왕 사자도 너무 목이 말랐어요. "아, 물 마시고 싶다!" 사자는 터벅터벅 걸어서 작은 샘물가로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힘센 멧돼지 한 마리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미 샘물가에 와 있었어요! 멧돼지도 땀을 뻘뻘 흘리며 "꿀꿀, 물이다!" 하고 있었죠.
사자가 으르렁거렸어요. "내가 먼저 마실 테다!"
멧돼지도 지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대꾸했어요. "아니야, 내가 먼저 왔으니 내가 먼저 마실 거야!"
둘은 서로 먼저 물을 마시겠다며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했어요.
"내가 왕인데 당연히 내가 먼저지!"
"흥, 목마른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어요. 사자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멧돼지는 단단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서로에게 덤벼들었죠. 쿵쾅! 으르렁! 꿀꿀! 숲 속이 시끄러워졌어요.
한참을 싸우던 사자와 멧돼지는 너무 지쳐서 잠시 숨을 골랐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둘 다 헐떡거렸죠.
그때, 사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저 멀리 하늘에서 독수리 몇 마리가 빙빙 돌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독수리들은 사자와 멧돼지가 싸우다가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사자가 헉헉거리며 말했어요. "저것 봐, 멧돼지야. 독수리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
멧돼지도 하늘을 보더니 깜짝 놀랐어요. "정말이네! 우리가 계속 싸우면, 결국 저 독수리들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겠어."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우리가 서로 싸우다 다치거나 죽으면, 저 독수리들의 맛있는 먹이가 될 뿐이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친구가 되는 게 낫지 않겠니?"
멧돼지도 그 말에 동의했어요. "사자 말이 맞아. 어리석게 싸우느니, 사이좋게 물을 나눠 마시는 게 훨씬 좋겠어."
그래서 사자와 멧돼지는 화해하고, 차례대로 시원한 샘물을 마셨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 또 만나자!" 하며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어요. 독수리들은 맛있는 식사를 놓쳐서 아쉬워하며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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