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이솝 우화
    햇살 좋은 어느 날이었어요. 심심했던 당나귀 한 마리가 숲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죠.
    "아,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 당나귀는 혼잣말을 했어요.
    그때, 풀숲에서 아주 멋진 것을 발견했어요! 바로 사냥꾼이 벗어두고 간 사자 가죽이었답니다.
    "와! 이걸 쓰면 나도 무서운 사자처럼 보일 거야!"
    당나귀는 신이 나서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사자 가죽을 조심스럽게 뒤집어썼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자 모습으로 변했죠.
    당나귀는 숲 속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어요.
    가장 먼저 만난 건 토끼들이었어요. 풀을 뜯던 토끼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자'를 보고는 "으악! 사자다!" 소리치며 깡총깡총 도망갔어요.
    그 다음엔 다람쥐들이었어요. 도토리를 줍던 다람쥐들도 '사자'를 보자마자 후다닥 나무 위로 올라가 숨어버렸죠.
    당나귀는 너무나 신이 났어요. "하하하! 모두 나를 무서워하는구나! 내가 진짜 사자가 된 것 같아!"
    으쓱해진 당나귀는 더 용감하게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어요.
    마침 그때, 똑똑하기로 소문난 여우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당나귀는 여우도 한번 제대로 놀래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무서운 목소리로 "어흥!" 하고 크게 소리치려고 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어흥!" 대신에, "히이이잉~ 히이이잉~!" 하는 익숙한 당나귀 울음소리가 튀어나오고 만 거예요!
    여우는 깜짝 놀라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귀를 쫑긋 세우더니 갸웃거렸어요. 그리고는 배를 잡고 깔깔 웃기 시작했어요.
    "푸하하! 얘들아, 저것 좀 봐!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잖아!"
    여우의 웃음소리에 숨어있던 다른 동물들도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어요. 그리고는 모두들 당나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당나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사자 가죽을 입는다고 해서 진짜 사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답니다. 그 뒤로 당나귀는 다시는 사자 가죽을 쓰지 않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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