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사자

    그림 동화
    세상에, 아이가 너무 많아서 걱정인 아빠가 있었답니다. 드디어 열세 번째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빠는 이 아기의 대부를 누구로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빠는 아기의 대부를 찾아 길을 나섰죠.

    첫 번째로 하느님을 만났어요. "제 아이의 대부가 되어 주시겠어요?" 아빠가 물었어요. 하느님은 "물론이지. 내가 너의 아이에게 행복과 건강을 줄게."라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고개를 저었어요. "하느님은 부자에게는 많이 주시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조금만 주시잖아요. 공평하지 않아요."

    두 번째로 악마를 만났어요. 악마는 "내가 대부가 되면,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줄게!"라고 했죠. 아빠는 또 고개를 저었어요. "악마는 사람들을 속이고 나쁜 길로 이끌잖아요. 싫어요."

    마지막으로 해골처럼 마른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은 바로 죽음 아저씨였죠. "제가 당신 아이의 대부가 되어 드릴까요?" 죽음 아저씨가 물었어요. 아빠는 "당신은 누구신데요?"라고 물었죠. "나는 죽음이다. 나는 부자든 가난하든, 착하든 나쁘든 모든 사람을 똑같이 데려가지." 죽음 아저씨가 대답했어요. 아빠는 생각했어요. '이분이야말로 공평한 분이구나!' 그래서 아빠는 죽음 아저씨를 아기의 대부로 정했답니다.

    아기가 세례를 받을 때, 죽음 아저씨가 나타나 말했어요. "얘야, 내가 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마. 네가 의사가 되면, 이 신비한 풀을 사용하렴. 아픈 사람 머리맡에 내가 서 있으면, 이 풀을 조금 주면 그 사람은 나을 거야. 하지만 만약 내가 발치에 서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데려가야 하니 풀을 줘도 소용없단다. 알겠니?"

    아이는 자라서 훌륭한 의사가 되었어요. 죽음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사람들을 치료했죠. 머리맡에 죽음 아저씨가 보이면 약초를 주고, 발치에 보이면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곧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가 되었고,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큰 병에 걸렸어요. 의사는 왕궁으로 불려갔죠. 아뿔싸! 죽음 아저씨가 임금님의 발치에 서 있는 거예요. '이런, 임금님은 살릴 수 없겠구나.' 의사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임금님을 살리면 더 큰 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의사는 살짝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죽음 아저씨를 슬쩍 밀어 머리맡으로 옮기고는 임금님에게 약초를 주었죠. 임금님은 금방 건강해졌어요.

    죽음 아저씨는 화가 나서 의사에게 말했어요.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다. 하지만 다시는 내 말을 어기지 마라!"

    얼마 후, 이번에는 아름다운 공주님이 병에 걸렸어요. 임금님은 의사에게 "내 딸을 살리면 공주와 결혼시켜 사위로 삼겠다!"고 약속했어요. 의사가 공주님 방에 가보니, 아, 또 죽음 아저씨가 공주님의 발치에 서 있었어요. 의사는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서 또다시 욕심을 냈어요. "에잇, 모르겠다!" 그는 죽음 아저씨를 확 밀치고 공주님에게 약초를 먹였어요. 공주님도 금방 건강을 되찾았죠.

    죽음 아저씨는 정말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두 번이나 나를 속이다니! 나를 따라오너라!" 죽음 아저씨는 의사를 깊고 어두운 동굴로 데려갔어요. 동굴 안에는 수많은 촛불이 타고 있었어요. 어떤 건 길고 활활 타오르고, 어떤 건 짧아서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죠.

    "이 촛불들은 사람들의 생명이란다. 긴 촛불은 오래 살 사람, 짧은 촛불은 곧 죽을 사람의 것이지." 의사가 물었어요. "그럼 제 촛불은 어디 있나요?" 죽음 아저씨는 아주 작고 거의 다 타버린 촛불 하나를 가리켰어요. "저것이 네 촛불이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애원했어요. "대부님, 제발 제 촛불을 새 촛불에 옮겨 붙여주세요! 살고 싶어요!" 죽음 아저씨는 새 촛불을 가져와 낡은 촛불에 옮겨 붙이는 척했어요. 하지만 일부러 손을 흔들었고, 작은 촛불은 '픽'하고 꺼져버렸답니다. 그리고 의사도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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