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아이가 없어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부부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추운 겨울날, 부인이 빨갛고 예쁜 사과를 깎고 있었죠. 그러다 그만 칼에 손을 살짝 베이고 말았어요. 하얀 눈 위에 뚝, 뚝, 뚝 떨어진 핏방울을 보며 부인은 생각했어요.
"아, 눈처럼 하얗고 이 피처럼 빨간 예쁜 아기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은 정말 예쁜 아들을 낳았어요. 아기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죠.
하지만 아기를 낳은 기쁨도 잠시, 부인은 그만 몸이 약해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남편은 너무 슬펐지만, 아내를 집 앞뜰에 있는 향기로운 향나무 아래에 고이 묻어주었답니다.
시간이 흘러 남편은 새 부인을 맞이했어요. 새엄마에게는 마를렌카라는 예쁜 딸이 있었죠.
하지만 새엄마는 자기 딸 마를렌카만 예뻐하고, 전 부인의 아들은 미워했어요. 늘 차갑게 대하고, 맛있는 것도 주지 않았죠. 아들은 늘 슬펐지만 씩씩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어느 날, 새엄마는 아들에게 커다란 사과 상자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오라고 시켰어요.
아들이 사과를 꺼내려고 상자 안으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새엄마는 그만... 쾅! 하고 무거운 상자 뚜껑을 세게 닫아버렸어요.
새엄마는 너무 놀랐지만, 곧 아주 나쁜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는 아들로 맛있는 스튜를 끓여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과 자기 딸 마를렌카에게 주었답니다.
마를렌카는 스튜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났어요.
식사가 끝나고, 마를렌카는 남은 뼈들을 조심스럽게 모아 예쁜 손수건에 쌌어요. 그리고는 오빠가 좋아했던 향나무 아래에 살며시 묻어주었죠.
바로 그때,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향나무 가지에서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훨훨 날아올랐어요. 그 새는 정말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엄마가 나를 죽이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내 착한 동생 마를렌카, 내 뼈를 모아 향나무 아래 묻어주었지.
나는 이제 예쁜 새로 변했네, 훨훨훨, 예쁜 새로 변했네!"
새는 노래를 부르며 날아다녔어요.
먼저 금을 만드는 아저씨에게 날아가 노래를 불렀죠. 금세공사 아저씨는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 반짝이는 금목걸이를 새에게 주었어요.
다음에는 구두를 만드는 아저씨에게 날아가 노래를 불렀어요. 구두장이 아저씨는 예쁜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주었고요.
마지막으로 커다란 방앗간으로 날아가 노래를 불렀어요. 방앗간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커다란 맷돌을 새에게 주었답니다.
새는 금목걸이, 빨간 구두, 그리고 맷돌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 지붕에 앉아 다시 한번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죠.
"우리 엄마가 나를 죽이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노랫소리를 들은 아빠가 밖으로 나오자, 새는 금목걸이를 아빠에게 떨어뜨려 주었어요. 아빠는 정말 기뻐했죠.
마를렌카가 나오자, 새는 빨간 구두를 떨어뜨려 주었어요. 마를렌카는 새 구두를 신고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어요.
마지막으로 새엄마가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왔어요.
"웬 시끄러운 새소리야!"
바로 그 순간, 새는 끙차! 하고 무거운 맷돌을 새엄마 머리 위로 떨어뜨렸어요. 새엄마는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죠.
그러자 놀랍게도, 향나무 아래에서 하얀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더니, 죽었던 아들이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어요!
아빠와 마를렌카, 그리고 다시 살아난 아들은 서로를 꼭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 뒤로 세 사람은 오래오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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