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나오스의 오십 딸들

    그리스 신화
    바닷가 아름다운 나라에 다나오스라는 임금님이 살았어요. 임금님에게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무려 쉰 명이나 있었답니다! 정말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궁궐이었겠죠?

    그런데 다나오스 임금님에게는 아이깁투스라는 동생이 있었어요. 이 동생에게도 아들이 쉰 명이나 있었죠. 어느 날, 아이깁투스는 자기 아들들을 다나오스 임금님의 딸들과 모두 결혼시키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다나오스 임금님은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왠지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나오스 임금님은 쉰 명의 딸들을 데리고 커다란 배를 타고 멀리멀리 도망쳤어요. 한참을 가서 아르고스라는 새로운 땅에 도착했답니다. "이제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아이깁투스의 아들들도 포기하지 않고 배를 타고 쫓아왔어요!

    결국 아르고스 땅에서 다나오스 임금님은 어쩔 수 없이 딸들을 그 왕자들과 결혼시키기로 약속했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몰래 딸들에게 아주 무서운 계획을 말해주었어요. "결혼하는 날 밤, 너희 남편들에게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주거라!" 하고 말이에요. 사실은 남편들을 해치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이었죠.

    쉰 명의 공주님들은 아버지의 명령에 너무나 슬펐지만, 대부분은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 마음씨 착한 히페름네스트라 공주만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될 린케우스 왕자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나쁜 일을 하기가 싫었거든요. 그래서 히페름네스트라는 결혼식 날 밤, 몰래 린케우스를 도망치게 도와주었답니다.

    하지만 나머지 마흔아홉 명의 공주들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남편들을 해치고 말았어요. 정말 끔찍한 밤이었죠.

    나중에 이 사실이 모두 알려지고, 나쁜 일을 한 마흔아홉 명의 공주들은 아주 특별한 벌을 받게 되었어요. 그 벌은 바로, 지하 세계로 가서 밑 빠진 항아리에 끝없이 물을 채워야 하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물을 부어도 항아리는 절대 채워지지 않았죠. 공주들은 영원히 그 헛된 일을 반복해야 했답니다.

    마음씨 착한 히페름네스트라 공주와 그녀가 살려준 린케우스 왕자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서 아르고스 땅을 잘 다스렸다고 해요. 나쁜 명령이라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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