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룸펠슈틸츠헨

    그림 동화
    옛날 어느 마을에, 조금은 허풍쟁이인 방앗간 주인이 살고 있었어요. 이 아저씨에게는 아주 예쁜 딸이 하나 있었는데, 글쎄, 아저씨는 임금님 앞에서 이렇게 말해 버렸지 뭐예요! "제 딸은요, 짚으로 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정말이에요!"

    임금님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오호, 그거 참 신기한 재주로구나! 당장 내일 궁궐로 데려오너라!"
    다음 날, 딸은 짚이 가득 쌓인 방에 갇히고 말았어요. 임금님은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 짚을 모두 금으로 만들지 못하면, 너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딸은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짚으로 금을 만들다니, 말도 안 돼!

    그때,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꼬마야, 왜 울고 있니?"
    작고 이상하게 생긴 난쟁이가 나타났어요. "내가 도와줄까? 대신 뭘 줄래?"
    딸은 목걸이를 주기로 약속했고, 난쟁이는 신나게 물레를 돌려 짚을 반짝이는 금으로 만들었어요.

    다음 날, 임금님은 더 많은 짚을 가져왔어요. 난쟁이는 또 나타나 반지를 받고 짚을 금으로 바꿔주었죠.
    세 번째 날, 임금님은 온 방을 짚으로 가득 채우고 말했어요. "이것까지 금으로 만들면 너를 왕비로 삼겠다!"
    딸은 이제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난쟁이는 말했어요. "네가 왕비가 되어 첫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나에게 줘." 딸은 너무 무서워서 그러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어요. 난쟁이는 이번에도 짚을 모두 금으로 만들어 주었답니다.

    정말로 딸은 왕비가 되었고, 얼마 후 예쁜 아기를 낳았어요. 왕비는 난쟁이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죠.
    어느 날, 난쟁이가 다시 나타나 말했어요. "약속한 아기를 데리러 왔다!"
    왕비는 깜짝 놀라 울면서 애원했어요. "제발 아기는 안 돼요! 궁궐의 모든 보물을 드릴게요!"
    난쟁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살아있는 아기가 세상 어떤 보물보다 소중해. 하지만… 사흘 안에 내 이름을 맞히면 아기를 데려가지 않으마."

    왕비는 온 나라에 사람을 보내 이상한 이름을 다 모아왔어요.
    첫째 날, 왕비는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말했어요. "혹시… 멜키오르? 발타자르? 아니면 가스파르?"
    난쟁이는 웃으며 "아니, 아니!" 했어요.

    둘째 날에도 왕비는 수많은 이름을 말했지만, 모두 틀렸어요. 왕비는 점점 더 걱정이 되었죠.
    마지막 날, 신하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어요. "왕비님! 어젯밤 숲 속에서 작은 난쟁이가 불을 피워놓고 노래하는 걸 봤어요! ‘오늘은 빵 굽고, 내일은 술 빚고, 모레는 왕비 아들 데려올 테다! 아무도 모르지, 내 이름 룸펠슈틸츠헨!’ 이렇게요!"

    왕비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난쟁이가 나타나자 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어요.
    "혹시… 네 이름이 룸펠슈틸츠헨이니?"
    난쟁이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마귀가 알려줬구나! 마귀가!"
    그러더니 화가 나서 발을 쿵! 굴렀는데, 어찌나 세게 굴렀는지 땅속으로 쏙 빠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왕비와 아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대요. 그리고 다시는 아무에게나 함부로 약속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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