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 동화
    세상 모든 책이 잠든 깊은 밤,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아니, 어쩌면 아주 조용한 할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몰라요.

    이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글자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아주 멋진 새 ㄱㄴㄷ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책들은 너무 딱딱해. 그림 하나에 글자 하나라니, 얼마나 심심해!"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지곤 했죠. 그러다 스르륵,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고 말았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할아버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낡은 그림책이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책갈피 사이에서 폴짝! 하고 에이(A)가 튀어나왔어요. 에이는 황새였는데, "흥! 나를 황새 그림 하나로만 설명하다니, 너무해!" 하고 투덜거렸죠.

    뒤이어 비(B)도 콩콩 뛰어 나왔어요. 비는 책을 엮는 아저씨였는데, "나도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책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아?" 하고 큰소리쳤어요.

    씨(C)는 아주 똑똑해 보이는 카드모스 아저씨였어요. "내가 바로 이 모든 글자를 처음 만든 사람이라고!" 하며 으스댔죠.

    디(D)는 덴마크 나라를 지키는 용감한 용이었어요. "크아앙! 내 용맹함을 그림 한 장에 담을 수 있겠어?"

    이(E)는 유럽 대륙에서 온 재주 많은 줄타기 소녀였어요. 하늘하늘 줄을 타며 "나처럼 멋진 이야기는 없지!" 하고 속삭였죠.

    에프(F)는 풀밭에서 피리를 부는 소년이었어요. "내 피리 소리에는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한데!"

    이렇게 글자 친구들이 하나둘씩 책 밖으로 빠져나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지(G)는 예쁜 목소리로 노래하는 황금방울새였고, 에이치(H)는 하늘 높이 쑥쑥 자라는 접시꽃이었어요. 아이(I)는 작은 섬에 있는 잉크병이었는데,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되지!" 하고 뽐냈죠. 제이(J)는 예리코의 아름다운 장미였고, 케이(K)는 중요한 날들을 알려주는 달력이었어요.

    엘(L)은 하늘을 나는 종달새, 엠(M)은 밤하늘을 비추는 달님, 엔(N)은 숲 속의 나이팅게일이었어요. 그들의 노랫소리와 이야기는 정말 아름다웠죠!

    오(O)는 동그란 화환, 피(P)는 말을 잘하는 앵무새, 큐(Q)는 글씨를 쓰는 깃털펜이었어요. 알(R)은 향기로운 장미, 에스(S)는 세상을 밝히는 해님이었죠. 티(T)는 따뜻한 차를 담는 찻주전자였고, 유(U)는 오래된 비밀을 간직한 항아리였어요. 브이(V)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나무였고, 엑스(X)는 조금 잔소리가 많은 크산티페 아주머니였죠. 와이(Y)는 커다란 세상 나무 이그드라실이었고, 마지막으로 제트(Z)는 부드러운 산들바람 제피로스였답니다.

    글자 친구들은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시끌벅적했어요. 마치 살아있는 이야기 축제가 열린 것 같았죠.

    "음냐… 시끄러워…" 그때,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와! 정말 멋진 꿈이었어!" 할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어요. 꿈속에서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생생했거든요.

    할아버지는 무릎을 탁 쳤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새 ㄱㄴㄷ 책은 그냥 그림책이 아니라, 모든 글자가 살아 숨 쉬는 이야기책이 될 거야! 아이들이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신나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야!"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아주 신나게 새로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ㄱㄴㄷ 이야기책이 되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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