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어머니의 이야기

    안데르센 동화
    깜깜한 밤, 창밖에는 세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어요. 작은 오두막집 안, 엄마는 끙끙 앓는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있었죠. "아가야, 제발 괜찮아져야 해."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기를 밤새도록 간호했어요.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보니, 키가 아주 크고 야윈 할아버지가 서 있었어요.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잠시만 몸을 녹여도 될까요?" 엄마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어서 할아버지를 따뜻한 난롯가로 안내했어요. 엄마가 잠시 아기에게 줄 약을 가지러 간 사이, 할아버지는 스르륵 아기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어요! "아니, 내 아기가 없어졌잖아!" 엄마는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뛰쳐나갔어요.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어요. 엄마는 길에서 '밤' 아줌마를 만났어요. "밤 아줌마, 혹시 제 아기를 데려간 할아버지를 보셨나요?" 밤 아줌마가 말했어요. "네가 가진 모든 자장가를 나에게 불러준다면 길을 알려주지." 엄마는 아기를 재울 때 불렀던 모든 노래를 밤 아줌마에게 들려주었어요. 밤 아줌마는 조용히 노래를 듣고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죠.

    엄마는 밤 아줌마가 알려준 길로 정신없이 달려갔어요. 그러다 뾰족뾰족 날카로운 가시덤불을 만났죠. "가시덤불아, 제발 길을 좀 비켜줄래? 내 아기를 찾아야 해!" 가시덤불이 말했어요. "네 따뜻한 가슴으로 나를 꼭 안아준다면 길을 열어주지. 난 너무 춥거든." 엄마는 망설이지 않고 가시덤불을 힘껏 안았어요. 가시가 엄마의 살을 콕콕 찔렀지만, 엄마는 아기를 생각하며 꾹 참았죠. 가시덤불은 엄마의 따뜻한 피 덕분에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고 길을 열어주었어요.

    또다시 한참을 달려가니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어요. "호수야, 제발 나를 건너편으로 데려다줘! 내 아기가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호수가 말했어요. "네 아름다운 두 눈을 나에게 준다면 그렇게 해주지." 엄마는 아기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요.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두 눈을 호수에게 주었어요. 엄마의 눈물은 반짝이는 진주알처럼 변했고, 호수는 엄마를 부드럽게 건너편으로 옮겨주었죠.

    호수를 건너자 으스스한 분위기의 오래된 집 한 채가 보였어요. 그곳에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할머니가 마당을 쓸고 있었죠. "할머니, 혹시 제 아기를 데려간 할아버지를 보셨나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네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나에게 준다면 그가 간 곳을 알려주지. 내 머리는 너무 하얗고 차갑거든." 엄마는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풀어 할머니에게 주었어요. 할머니는 그 머리카락을 받아 따뜻하게 덮고는 속삭였어요. "그는 저기, 죽음의 정원으로 갔단다."

    엄마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기를 느끼는 엄마의 마음으로 죽음의 정원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그곳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활짝 피어 아름다웠고, 어떤 것은 힘없이 시들시들했죠. 각각의 식물은 바로 사람의 생명이었어요. 엄마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작은 꽃 한 송이를 발견했어요. 바로 자기 아기였죠!

    그때, 아기를 데려갔던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그는 바로 '죽음'이었어요. "내 아기를 돌려줘요!" 엄마가 눈물로 외쳤어요. "만약 내 아기를 데려간다면, 여기 있는 모든 꽃을 뽑아버릴 거예요!" 죽음은 조용히 말했어요. "진정하렴, 엄마. 저기 두 개의 미래를 보렴."

    죽음은 엄마에게 아기의 두 가지 미래를 보여주었어요. 하나는 세상에서 병과 슬픔으로 가득 찬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느님의 품으로 가서 영원히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었죠. 엄마는 모든 것을 깨달았어요. 눈물을 흘리며 말했죠. "제 뜻대로 마시고, 하느님의 뜻대로 해주세요. 제 아기를 가장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죽음은 부드럽게 아기를 안고 하느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데려갔어요. 엄마는 비록 사랑하는 아기를 잃었지만, 아기가 세상의 어떤 고통도 없이 가장 행복한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한 평화를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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