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 공주

    안데르센 동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요정 할머니를 찾아가 부탁했어요. "제발, 아주 작은 아기라도 갖게 해주세요!" 요정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보리알 하나를 주었어요. "이걸 예쁜 화분에 심어보렴."

    아주머니는 정성껏 보리알을 심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예쁜 튤립 같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꽃잎이 살짝 열리자, 와! 그 안에 엄지손가락만큼 아주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는 거예요! 아주머니는 너무 기뻐서 아이에게 "엄지 공주"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엄지 공주는 호두 껍데기로 만든 침대에서 장미 꽃잎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답니다.

    어느 날 밤이었어요. 창문으로 못생긴 두꺼비 아줌마 한 마리가 폴짝 뛰어 들어왔어요. 두꺼비는 잠든 엄지 공주를 보더니 "우리 아들 신붓감으로 딱 좋겠군!" 하고 중얼거렸어요. 두꺼비는 엄지 공주를 커다란 연잎 위에 올려놓고는 자기 아들을 데리러 가버렸어요.

    잠에서 깬 엄지 공주는 깜짝 놀라 엉엉 울었어요. 그때, 물속에 살던 착한 물고기들이 엄지 공주를 보고 불쌍한 마음에 연잎 줄기를 갉아주었어요. 연잎은 물 위를 둥둥 떠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예쁜 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엄지 공주의 허리띠를 잡고 연잎을 끌어주기도 했답니다.

    한참을 떠내려가는데, 이번에는 풍뎅이 한 마리가 휙 날아와 엄지 공주를 낚아채 나무 위로 데려갔어요. 하지만 다른 풍뎅이 친구들이 "에이, 너무 작고 다리도 두 개밖에 없잖아! 못생겼어!" 하고 놀려대는 바람에, 풍뎅이는 엄지 공주를 풀밭에 내려놓고 휙 가버렸어요.

    혼자 남은 엄지 공주는 여름 내내 풀잎 이슬을 마시고 꽃꿀을 먹으며 지냈어요. 하지만 곧 춥고 긴 겨울이 찾아왔어요. 엄지 공주는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았죠. 다행히 마음씨 좋은 들쥐 할머니가 엄지 공주를 발견하고 자신의 따뜻한 땅굴 집으로 데려갔어요. "아가야,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꾸나." 들쥐 할머니는 엄지 공주에게 맛있는 곡식도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어요.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부자 두더지 아저씨가 들쥐 할머니 집에 놀러 왔어요. 두더지 아저씨는 눈이 잘 안 보였지만, 엄지 공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 홀딱 반해버렸어요. "나랑 결혼해주지 않겠니? 내 땅굴 집은 아주 크고 따뜻하단다." 들쥐 할머니도 엄지 공주가 부자 두더지와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엄지 공주는 햇빛도 없는 깜깜한 땅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결혼 준비를 하던 어느 추운 날, 엄지 공주는 땅굴 근처에서 추위에 얼어붙은 제비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엄지 공주는 불쌍한 제비를 밤낮으로 정성껏 돌보아주었어요. 따뜻한 솜털로 덮어주고, 물도 조금씩 먹여주었죠. 얼마 후, 제비는 기운을 차리고 말했어요. "고마워, 작은 아가씨. 네 덕분에 살았어. 봄이 오면 꼭 다시 너를 찾아올게." 그리고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훨훨 날아갔어요.

    드디어 두더지 아저씨와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어요. 엄지 공주는 너무나 슬펐어요. 햇빛도, 예쁜 꽃도 볼 수 없는 땅속에서 살아야 한다니! 바로 그때, "작은 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건강해진 제비가 돌아온 것이었어요! "나랑 같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자! 그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하단다."

    엄지 공주는 기뻐하며 제비 등에 올라탔어요. 제비는 높이높이 날아 따뜻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나라에 도착했어요. 제비는 엄지 공주를 커다란 하얀 꽃 위에 살며시 내려주었어요. 꽃 속에는 엄지 공주만큼이나 작고 멋진 왕자님이 서 있었어요! 왕자님 머리에는 반짝이는 작은 왕관이 있었고, 등에는 예쁜 날개가 달려 있었죠.

    꽃의 왕자님은 엄지 공주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어요. "아름다운 아가씨, 나와 결혼해서 이 꽃밭의 여왕이 되어주시겠어요?" 엄지 공주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엄지 공주도 등에는 예쁜 날개를 선물 받았고, '마야'라는 새로운 이름도 생겼답니다.

    그렇게 마야는 꽃의 왕자님과 함께 아름다운 꽃밭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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