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
안데르센 동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연못가 풀숲에서 어미 오리가 알을 품고 있었어요. 드디어 알들이 하나둘씩 톡톡 깨지기 시작했어요. "삐약삐약!" 귀여운 아기 오리들이 세상에 나왔죠. 그런데 딱 하나, 아주 커다란 알만 아직 그대로였어요.
며칠 뒤, 그 커다란 알도 드디어 깨졌어요. 그런데 알에서 나온 아기 오리는 다른 아기 오리들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어요. 몸집도 훨씬 크고, 털 색깔도 예쁜 노란색이 아니라 칙칙한 회색이었죠. 어미 오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래도 내 새끼니까." 하며 다른 아기 오리들과 똑같이 보살폈어요.
하지만 다른 아기 오리들은 회색 아기 오리를 보고 "너는 왜 이렇게 못생겼니?" 하고 놀려댔어요. 형제들도 부리로 콕콕 쪼고, 마당의 닭들도, 심지어 칠면조 아저씨까지 괴롭혔답니다. 미운 아기 오리는 너무 슬펐어요. 어미 오리도 처음에는 감싸주었지만, 자꾸 구박받는 모습을 보니 점점 지쳐갔어요.
결국 미운 아기 오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어요. 밤이 되자 살금살금 연못을 빠져나와 멀리멀리 걸어갔죠. 넓은 들판에서 들오리들을 만났지만, 들오리들도 "어휴, 넌 정말 못생겼구나!" 하며 놀려댔어요. 그때 갑자기 "탕! 탕!" 총소리가 들렸고, 사냥꾼들이 나타나 들오리들은 혼비백산 달아났어요. 미운 아기 오리도 깜짝 놀라 풀숲에 숨었답니다.
미운 아기 오리는 외딴 오두막집에 다다랐어요. 그곳에는 할머니와 고양이, 그리고 암탉이 살고 있었죠. 할머니는 미운 아기 오리를 불쌍히 여겨 잠시 머물게 해주었어요. 하지만 고양이는 "너는 골골송도 못 부르잖아?" 하고, 암탉은 "너는 알도 못 낳잖아?" 하며 미운 아기 오리를 무시했어요. 미운 아기 오리는 그곳에서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넓은 물에서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 미운 아기 오리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 가을이 되어 하늘을 보니, 아름다운 새들이 무리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어요. 그 새들은 목이 길고 날개가 하얗고 우아했어요. 미운 아기 오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 나도 저렇게 멋지게 날고 싶다!" 하고 생각했어요.
겨울이 오자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어요. 미운 아기 오리는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았어요. 다행히 마음씨 좋은 농부가 미운 아기 오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 따뜻하게 보살펴주었죠. 하지만 농부의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미운 아기 오리는 깜짝 놀라 또다시 도망치고 말았어요.
힘든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따뜻한 봄이 왔어요. 미운 아기 오리는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어요. 날개도 커지고 힘도 세졌죠. 어느 날, 미운 아기 오리는 아름다운 호숫가에 이르렀어요. 그곳에는 지난 가을에 보았던 그 우아한 새들이 헤엄치고 있었어요. 바로 백조들이었죠.
미운 아기 오리는 용기를 내어 백조들에게 다가갔어요. '분명 나를 보고 못생겼다고 쫓아낼 거야. 그래도 괜찮아.'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였죠. 그런데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칙칙한 회색 털은 온데간데없고, 눈처럼 하얗고 아름다운 깃털에 길고 우아한 목을 가진 멋진 백조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백조들은 새로운 백조를 보며 반갑게 맞이해주었어요. "어서 와! 우리랑 같이 놀자!" 미운 아기 오리는 더 이상 미운 아기 오리가 아니었어요. 아름다운 백조가 된 것이죠. 마침 호숫가에 놀러 온 아이들이 백조들을 보며 소리쳤어요. "와아, 저기 새로 온 백조 좀 봐! 정말 아름답다!"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알게 된 미운 아기 오리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힘들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지만, 그래서 지금의 행복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 때문에 다른 이들을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는, 마음씨 착한 백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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