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새 옷
안데르센 동화
어느 멋진 왕국에, 옷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매일매일 새 옷을 입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죠. 옷장에는 온갖 화려한 옷들로 가득했지만, 임금님은 늘 새로운 옷을 원했어요.
어느 날, 두 명의 사기꾼이 임금님을 찾아왔어요.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특별한 옷을 만드는 재봉사라고 소개했죠. "임금님, 저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옷은 아주 신기해서, 어리석은 사람이나 자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답니다!"
임금님은 귀가 솔깃했어요. '그런 신기한 옷이 있다니! 그 옷을 입으면 누가 똑똑하고 누가 어리석은지 알 수 있겠군!' 임금님은 사기꾼들에게 많은 금과 비단을 주며 어서 옷을 만들라고 명령했어요.
사기꾼들은 커다란 베틀 두 개를 놓고 일하는 척했어요. 하지만 베틀에는 아무 실도 걸려 있지 않았죠. 그들은 임금님이 준 금과 비단을 몰래 자기들 가방에 챙기면서 밤늦게까지 빈 베틀만 열심히 움직이는 시늉을 했어요.
며칠 뒤, 임금님은 옷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가장 믿음직하고 똑똑한 늙은 신하를 보냈어요. 신하는 사기꾼들이 일하는 방으로 갔지만, 베틀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어, 어쩌지?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어리석거나 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가?' 신하는 겁이 났어요.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죠. "오, 정말 아름다운 옷이군요! 색깔도 무늬도 정말 훌륭합니다!"
신하의 말을 들은 임금님은 기분이 좋았지만, 그래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정직한 신하를 또 보냈죠. 그 신하도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리석다고 할까 봐 두려워서 똑같이 칭찬했어요. "정말로 굉장한 옷입니다! 이런 옷은 처음 봅니다!"
드디어 임금님이 직접 옷을 보러 갔어요. 많은 신하들이 임금님을 따라갔죠. 사기꾼들은 여전히 빈 베틀을 움직이며 바쁜 척하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눈을 크게 뜨고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럴 수가! 나도 어리석다는 말인가? 아니면 내가 임금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가?' 임금님은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했어요. "음, 아주 훌륭하군!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옷을 입고 곧 있을 큰 행진에 나가야겠다!"
신하들도 모두 임금님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서로 앞다투어 칭찬했어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폐하!" "색깔이 환상적입니다!"
드디어 행진하는 날이 되었어요. 사기꾼들은 마치 옷을 들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허공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어요. "자, 임금님, 이 바지는 정말 가볍습니다. 이 윗옷은 또 어떻고요! 마치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실 겁니다." 그러고는 임금님에게 옷을 입히는 시늉을 했어요.
임금님은 거울 앞에서 빙글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족한 척 고개를 끄덕였죠.
임금님은 '새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어요. 길가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모여 있었어요. 임금님의 행차를 본 사람들은 모두 소리쳤어요. "와, 임금님의 새 옷 정말 멋지다!" "저런 옷은 처음 봐!" 아무도 자기가 어리석거나 자기 일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옷을 칭찬하기 바빴어요.
그때였어요. 한 꼬마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있다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어? 임금님이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
아이의 말에 주변이 순간 조용해졌어요. 그러자 한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정말이네, 아이 말이 맞아." 곧이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임금님이 벌거벗었대!" "아무것도 안 입으셨어!"
임금님은 얼굴이 빨개졌어요. 백성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행진은 시작되었고 멈출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임금님은 더욱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계속 걸어갔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하고 크게 후회하고 있었대요.
1249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