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와 메뚜기
이솝 우화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풀밭에서 당나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죠. 그때, 어디선가 아주 맑고 고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지?" 당나귀는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어요.
그곳에는 작은 베짱이 한 마리가 풀잎에 앉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당나귀는 베짱이의 노래 소리에 흠뻑 빠졌답니다. "와, 정말 멋진 목소리다! 베짱이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니?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베짱이는 노래를 잠시 멈추고 방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음, 별다른 건 없어. 나는 그냥 아침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살거든."
"아하! 이슬을 먹으면 그렇게 고운 목소리를 가질 수 있구나!" 당나귀는 무릎을 탁 쳤어요. '나도 오늘부터 맛없는 풀 대신에 달콤한 이슬만 먹어야겠다! 그러면 나도 베짱이처럼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 거야!'
그날부터 당나귀는 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풀잎에 맺힌 이슬만 핥아 먹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나귀에게 이슬은 너무나 적은 양이었어요. 아무리 이슬을 핥아 먹어도 배는 계속 고팠고, 몸에는 점점 힘이 빠졌어요. 노래는커녕 이제는 '히힝'하고 울 힘조차 없어졌답니다.
결국 당나귀는 풀밭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때 마침 지나가던 베짱이가 힘없이 누워있는 당나귀를 보고 물었어요. "당나귀야,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보여?"
당나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네 노래 소리가 너무 부러워서... 너처럼 이슬만 먹었는데... 이렇게 힘이 하나도 없어졌어."
베짱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아이고, 당나귀야. 이슬은 나처럼 작은 몸집에나 맞는 음식이란다. 너처럼 커다란 몸에는 영양가 많은 풀이 필요해. 각자에게 맞는 음식이 따로 있는 법인데."
그제야 당나귀는 깨달았어요. '아, 베짱이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건 아니구나. 나는 나에게 맞는 풀을 먹고 힘을 내야 하는 거였어!'
그 후로 당나귀는 다시 맛있는 풀을 냠냠 먹고 건강을 되찾았답니다. 그리고 베짱이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때면, 더 이상 부러워하지만은 않았어요.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멋진 울음소리와 튼튼한 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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