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 없는 왕자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아주 특별한 아이가 살았어요. 이 아이는 세상에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답니다. 번개가 쾅쾅 쳐도 눈 하나 깜짝 안 했고, 깜깜한 밤에 혼자 있어도 심심해하기만 했죠. 아이의 아빠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얘야, 너는 대체 언제쯤 오싹함을 느껴볼래? 그것도 좀 알아야 세상 사는 재미가 있지."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오싹함이요? 그게 뭔데요? 저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는 오싹함을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얼마쯤 갔을까, 아이는 낡고 커다란 성 앞에 도착했어요. 성문 앞에는 웬 아저씨가 서 있었죠. 아저씨는 아이에게 말했어요. "이 성에는 무시무시한 유령들이 살아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단다. 만약 네가 사흘 밤을 이 성에서 무사히 보낸다면, 임금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거야. 어쩌면 공주님과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고!"

    아이는 눈을 반짝였어요. "정말요? 재미있겠는데요! 제가 한번 해볼게요!"
    아이는 성 안으로 씩씩하게 들어갔어요.

    첫날 밤, 아이가 불을 피우고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났어요. 고양이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아이에게 달려들려고 했죠. 하지만 아이는 태연하게 말했어요. "어이쿠, 발톱은 위험하니까 숨겨야지. 나랑 같이 불이나 쬐자." 고양이들은 아이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에 오히려 깜짝 놀라 슬금슬금 도망가 버렸어요. 아이는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죠. "음, 아직 오싹한 건 잘 모르겠네."

    둘째 날 밤에는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벽난로에서 갑자기 사람의 반쪽 몸뚱이가 툭 떨어졌어요. 잠시 후, 나머지 반쪽도 쿵 하고 떨어지더니, 두 조각이 합쳐져 온전한 사람이 되었죠. 그러더니 해골과 뼈다귀들을 가지고 볼링 비슷한 놀이를 시작하는 거예요! 아이는 신기한 듯 다가가 말했어요. "와, 재미있어 보인다! 나도 같이 해도 돼?" 아이는 해골 공을 더 동그랗게 다듬어 주면서 그들과 함께 밤새도록 신나게 놀았어요. 날이 밝자 유령들은 사라졌고, 아이는 또다시 중얼거렸죠. "흠, 이것도 별로 오싹하지 않은데."

    셋째 날 밤, 이번에는 수염이 아주 긴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어요. "네가 그렇게 용감하다며? 나와 힘겨루기를 하자!" 아이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좋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커다란 쇠망치를 번쩍 들었지만, 아이는 더 무거운 모루를 번쩍 들어 올리는 척하며 할아버지의 긴 수염을 모루 틈에 끼워버렸어요. "아야야! 내 수염!" 할아버지는 꼼짝 못 하게 되었죠. 사실 그 할아버지는 성의 보물을 지키는 유령이었는데, 아이의 용감함 덕분에 저주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게 되었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고마워하며 성 안에 숨겨진 엄청난 보물을 모두 주었어요.

    아이는 많은 보물을 얻었지만, 여전히 오싹함이 뭔지는 알 수 없었어요. "대체 오싹한 기분은 언제 느껴보는 걸까?"
    결국 아이는 임금님께 큰 상을 받고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공주님은 한 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남편이 너무 용감해서 오싹함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죠. 어느 날 밤, 공주님은 똑똑한 하녀의 도움을 받아 작은 꾀를 냈어요. 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하녀가 물고기가 가득 담긴 차가운 물통을 아이의 침대 위로 확 쏟아부었어요!

    "으악! 차가워! 물고기가 내 몸에서 팔딱거리잖아!" 아이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죠.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어요. "아하! 이게 바로 오싹한 거구나! 드디어 알겠다!"

    그제야 오싹함을 알게 된 아이는 공주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리고 가끔씩 공주님은 남편에게 오싹한 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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