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가장 깊은 곳, 햇빛도 겨우 닿을까 말까 한 그곳에 인어들의 궁전이 있었죠. 그곳에는 여섯 명의 예쁜 인어공주들이 살았는데, 그중 막내 공주가 가장 아름답고 목소리도 아주 고왔어요. 막내 인어공주는 바깥세상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곤 했어요. 특히 할머니가 들려주는 사람들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죠.

드디어 막내 공주도 열다섯 살이 되어 바다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어요. 얼마나 설렜을까요? 물 위로 고개를 쏙 내민 공주는 처음 보는 멋진 배와 사람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중에서도 한 멋진 왕자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어요. 쏴아아! 쿵쾅! 배는 그만 산산조각 나고 말았죠. 인어공주는 정신을 잃은 왕자님을 있는 힘껏 헤엄쳐 육지로 데려다 놓았어요. "왕자님, 제발 눈을 뜨세요!" 그때, 한 소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공주는 얼른 바닷속으로 몸을 숨겼어요. 왕자님은 그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 줄 알았답니다.

궁전으로 돌아온 공주는 왕자님 생각에 밤낮으로 슬퍼했어요. "아, 나도 사람이 되고 싶어. 왕자님 곁에 있고 싶어." 결국 인어공주는 무시무시한 바다 마녀를 찾아갔어요. 마녀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죠. "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게 다오. 그럼 사람의 다리를 주지. 하지만 걸을 때마다 칼로 찌르는 듯 아플 것이고,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넌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공주는 두려웠지만 왕자님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녀의 약을 마셨어요. 꿀꺽! 그러자 꼬리가 사라지고 예쁜 두 다리가 생겼지만, 아야! 정말 너무너무 아팠어요. 왕자님은 해변에 쓰러져 있는 공주를 발견하고 궁궐로 데려갔어요. 공주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춤으로 왕자님을 기쁘게 했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팠지만 꾹 참았죠.

왕자님은 공주를 아꼈지만, 그저 귀여운 동생처럼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자님이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왕자님은 그 공주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라고 믿었거든요. 결혼식 날 밤,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슬픈 얼굴로 찾아왔어요. "이 칼로 왕자를 찔러. 그러면 너는 다시 인어가 될 수 있어!"

인어공주는 칼을 들고 왕자님에게 다가갔지만, 차마 사랑하는 왕자님을 찌를 수가 없었어요. 결국 칼을 바다에 던지고 자신도 새벽 바다로 몸을 던졌죠.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는 대신, 가볍고 투명한 공기의 정령이 되었어요!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영원한 영혼을 얻을 수 있단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죠.

인어공주는 이제 슬프지 않았어요. 햇살을 받으며 바람과 함께 훨훨 날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렇게 인어공주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하늘을 여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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