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와 창세
북유럽 신화
세상이 처음 생겨났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한번 상상해 볼래요?
아주아주 먼 옛날,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커다랗고 텅 빈 공간, 긴눙가가프만 있었죠. 한쪽에는 얼음과 안개로 가득한 추운 나라 니플헤임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훨훨 타오르는 불꽃으로 가득한 뜨거운 나라 무스펠헤임이 있었어요.
어느 날, 무스펠헤임의 뜨거운 열기가 니플헤임의 차가운 얼음과 만났어요. 그러자 얼음이 녹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죠. 이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서 커다란 거인, 이미르가 태어났어요. 이미르는 세상에서 가장 처음 생긴 생명체였답니다. 이미르는 늘 배가 고팠고, 쿨쿨 잠만 잤어요.
이미르가 땀을 흘리자, 그 땀방울에서 다른 거인들이 뿅뿅 태어났어요.
그리고 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녹은 얼음에서 커다란 암소, 아우둠라도 나타났죠. 아우둠라는 소금기가 있는 얼음덩어리를 냠냠 핥았어요. 아우둠라가 얼음을 핥자, 그 속에서 첫 번째 신, 부리가 나타났어요. 부리에게는 보르라는 아들이 있었고, 보르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바로 오딘, 빌리, 베였답니다. 이들이 바로 용감하고 지혜로운 신들이었어요.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이미르와 다른 거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신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이미르와 싸웠고, 마침내 이미르를 물리쳤어요.
그리고 신들은 이미르의 몸으로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미르의 살은 넓고 넓은 땅이 되었고, 피는 출렁이는 바다와 강이 되었어요. 이미르의 단단한 뼈는 높은 산이 되었고, 이빨과 부서진 뼈 조각들은 크고 작은 돌멩이와 바위가 되었죠. 이미르의 커다란 머리뼈는 하늘이 되었고, 뇌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이미르의 속눈썹으로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그곳이 바로 미드가르드, 중간 세계예요.
세상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오딘과 형제들은 바닷가를 걷다가 두 개의 나무토막을 발견했어요. 하나는 물푸레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느릅나무였죠.
오딘은 나무토막에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었어요. 빌리는 생각할 수 있는 지혜와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었고, 베는 아름다운 모습과 보고 들을 수 있는 감각을 주었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번째 남자 사람 아스크와 첫 번째 여자 사람 엠블라가 태어났어요. 아스크와 엠블라는 미드가르드에서 살게 되었죠.
신들은 또 세상을 밝혀줄 해와 달도 만들었어요. 반짝이는 해는 낮을, 은은한 달은 밤을 비추도록 하늘에 띄웠죠. 해와 달은 멋진 마차를 타고 하늘을 달리며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과 첫 번째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어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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