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르피나와 명계의 여왕
로마 신화
땅 속 아주 깊은 곳에는 반짝이는 보석과 신비로운 강이 흐르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어요. 그곳의 왕은 플루토였죠.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햇살이 가득한 땅 위에서 시작된답니다.
아주 예쁘고 마음씨 착한 소녀, 프로세르피나가 살았어요. 프로세르피나는 꽃을 정말 정말 좋아해서, 매일 들판으로 나가 꽃을 꺾고 꽃으로 왕관을 만들며 놀았죠. 프로세르피나의 엄마는 케레스 여신이었는데, 땅에서 맛있는 곡식과 과일이 쑥쑥 자라도록 돌보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어요.
어느 날, 프로세르피나가 친구들과 함께 풀밭에서 알록달록 예쁜 꽃을 따고 있었어요. "와, 이 꽃 정말 예쁘다!" 프로세르피나가 환하게 웃으며 특별히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했을 때였어요. 바로 그때, 땅이 갑자기 '우르르 쾅!' 하고 갈라지더니, 검은 말이 끄는 황금 마차가 슝 나타났어요. 마차에는 땅 속 세계의 왕, 플루토가 타고 있었죠. 플루토는 프로세르피나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자신의 왕비로 삼고 싶었어요.
플루토는 순식간에 프로세르피나를 마차에 태워 땅 속 깊은 어두컴컴한 세계로 데려가 버렸어요. "엄마!" 프로세르피나가 외쳤지만, 이미 너무 늦었죠.
딸이 사라진 것을 안 케레스 여신은 너무너무 슬펐어요. "내 딸 프로세르피나, 어디 있니?" 케레스 여신은 온 세상을 헤매며 딸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 케레스가 슬픔에 잠겨 아무 일도 하지 않자, 땅은 더 이상 맛있는 곡식과 과일을 내지 않았어요. 꽃들은 시들고, 나무들은 잎을 떨구었죠. 온 세상이 춥고 배고프게 되었어요.
이 모습을 본 하늘의 가장 높은 신, 유피테르가 걱정이 되어 플루토에게 말했어요. "플루토야, 프로세르피나를 엄마에게 돌려보내 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세상 모든 것이 굶주리게 될 것이다."
플루토는 프로세르피나를 사랑했지만, 유피테르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플루토는 한 가지 꾀를 냈죠. 프로세르피나가 떠나기 전, 슬쩍 석류를 건네며 말했어요. "프로세르피나, 떠나기 전에 이 석류알 몇 개만 먹어보렴. 아주 달콤하단다."
아무것도 모르던 프로세르피나는 배가 고팠던 터라 석류알 네 개를 냠냠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땅 속 세계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어요. 그곳의 음식을 먹은 사람은 다시는 땅 위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규칙이었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케레스 여신은 다시 슬픔에 빠졌지만, 유피테르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프로세르피나는 석류알 네 개를 먹었으니, 일 년 중 네 달은 남편 플루토와 함께 땅 속 세계에서 지내고, 나머지 여덟 달은 엄마 케레스와 함께 땅 위에서 지내도록 하자."
그래서 프로세르피나가 엄마와 함께 땅 위에 있는 동안에는, 케레스 여신이 기뻐서 온 세상에 따뜻한 봄과 여름이 찾아와 꽃이 활짝 피고 곡식과 열매가 풍성하게 열린대요. 하지만 프로세르피나가 땅 속 세계로 내려가 플루토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케레스 여신이 딸을 그리워하며 슬퍼해서 땅은 차가운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게 된답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계절이 생겨났다고 해요. 참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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