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도령과 해행 도령
일본 신화
저기 넓고 넓은 바닷가와 초록빛 산이 만나는 아름다운 곳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형의 이름은 바다사치히코, 동생의 이름은 산사치히코였죠. 바다사치히코는 바다의 왕자님처럼 낚시를 아주 잘했고, 산사치히코는 산의 명사수처럼 사냥을 기가 막히게 잘했어요.
어느 날, 동생 산사치히코가 형에게 말했어요. "형, 우리 하루만 서로 하는 일을 바꿔보면 어떨까? 내가 형의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아보고, 형은 내 활과 화살로 사냥을 해보는 거야!"
바다사치히코는 고개를 끄덕였죠. "재미있겠는데! 좋아, 그렇게 하자!"
그래서 산사치히코는 형의 소중한 낚싯바늘을 빌려 바다로 갔고, 바다사치히코는 동생의 활을 들고 산으로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산사치히코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만 형의 소중한 낚싯바늘을 바닷속에 '퐁당' 빠뜨리고 말았어요! "어, 어떡하지! 형이 아끼는 낚싯바늘인데!" 산사치히코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한편, 바다사치히코도 사냥이 영 서툴러서 동물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돌아왔죠. 산사치히코는 울상이 되어 형에게 사실대로 말했어요. "형, 미안해. 형의 낚싯바늘을 잃어버렸어."
바다사치히코는 버럭 화를 냈어요. "뭐라고? 내 소중한 낚싯바늘을 잃어버렸다고? 당장 찾아내!"
산사치히코는 자신의 칼을 부러뜨려 수많은 낚싯바늘을 만들어 형에게 주었지만, 바다사치히코는 고개를 저었어요. "싫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원래 내 낚싯바늘을 찾아내란 말이야!"
산사치히코는 너무 슬퍼서 바닷가에 앉아 엉엉 울었어요. 그때,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나 물었어요. "젊은이, 왜 그리 슬피 우는가?"
산사치히코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어요.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작은 배 한 척을 만들어 주며 말했어요. "이 배를 타고 바닷속으로 쭉 내려가면 바다 신의 궁궐이 나올 걸세. 그곳에 가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네."
산사치히코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배를 타고 바닷속으로 깊이깊이 내려갔어요. 정말로 바닷속에는 아름다운 궁궐이 있었죠! 궁궐 앞 우물가에는 눈부시게 예쁜 공주님이 서 있었어요. 바로 바다 신의 딸, 토요타마히메 공주였답니다. 산사치히코는 공주님에게 물 한 잔을 청했고,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산사치히코는 토요타마히메 공주와 결혼해서 바다 궁궐에서 3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산사치히코는 깊은 한숨을 쉬었어요. "아아..."
토요타마히메 공주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서방님?"
산사치히코는 잃어버린 낚싯바늘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렇다고 말했어요. 공주는 아버지인 바다 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죠. 바다 신은 바닷속 모든 물고기를 불러 모았어요. "너희 중에 혹시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가 있느냐?"
그러자 빨간 도미 한 마리가 괴로운 듯 입을 벌렸는데, 목에 바로 그 낚싯바늘이 걸려 있었어요! "찾았다!" 산사치히코는 뛸 듯이 기뻤어요.
바다 신은 산사치히코에게 낚싯바늘과 함께 신기한 구슬 두 개를 주었어요. "이것은 파도를 거세게 일으키는 구슬이고, 이것은 파도를 잔잔하게 만드는 구슬이다. 네 형에게 돌아가 이 구슬들을 사용하거라."
산사치히코는 아내 토요타마히메 공주와 작별하고 땅 위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형 바다사치히코를 만났죠. 바다사치히코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어요. 산사치히코가 파도를 일으키는 구슬을 사용하자, 갑자기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 바다사치히코를 덮치려고 했어요! "으악!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바다사치히코가 소리쳤어요.
그제야 산사치히코는 파도를 잠재우는 구슬을 사용해 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어요. 바다사치히코는 흠뻑 젖은 채로 동생에게 말했어요. "이제부터 네 말을 잘 들을게.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얼마 후, 토요타마히메 공주가 아기를 낳기 위해 땅으로 찾아왔어요. 공주는 산사치히코에게 간절히 부탁했어요. "제가 아기를 낳는 동안, 절대로 방 안을 들여다보시면 안 돼요. 약속해 주세요!"
산사치히코는 알겠다고 약속했지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살짝 문틈으로 엿보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방 안에는 아름다운 공주님 대신, 커다란 용이 아기를 낳고 있었어요! 산사치히코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죠.
자신의 본모습을 들킨 토요타마히메 공주는 너무나 부끄럽고 슬퍼서, 낳은 아기를 남겨두고 곧장 바다로 돌아가 버렸어요. "약속을 어기시다니요!"
산사치히코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공주는 자신의 여동생 타마요리히메를 보내 아기를 돌보게 했답니다.
산사치히코는 아들을 정성껏 키웠고, 그 아들은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되었어요. 그리고 산사치히코와 바다사치히코 형제는 그 뒤로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가며 잘 살았을까요? 그건 아마 여러분의 상상에 달려있을 거예요!
1118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