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예가 해를 쏘다
중국 신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에는 해가 하나가 아니라 열 개나 있었대요! 이 열 개의 해는 하늘 임금님의 아들들이었는데, 모두 장난꾸러기였죠. 원래는 엄마 해의 말을 잘 듣고 매일 한 명씩 차례대로 세상을 비추러 나왔어요. 그래서 세상은 늘 따뜻하고 밝았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심심했던 해 아들들이 "야, 우리 오늘 다 같이 나가서 놀자!" 하고 소리쳤어요. 그러고는 약속을 어기고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하늘로 슝! 하고 날아올랐어요.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곧 땅 위는 큰일이 났어요. 열 개의 해가 내뿜는 빛과 열기 때문에 땅은 오븐 속처럼 뜨거워졌어요. 강물이 바싹 마르고, 풀과 나무는 까맣게 타버렸죠.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숨쉬기도 힘들었고, 농작물도 다 시들어 버렸어요. 심지어 뜨거운 열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괴물들까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답니다.
땅 위의 임금님은 너무 걱정이 되어 하늘 임금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하늘 임금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하늘 임금님은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활쏘기의 명수인 영웅 후예를 불렀죠. "후예야, 땅으로 내려가 저 말썽쟁이 해들을 좀 혼내주거라. 하지만 죽이지는 말고, 겁만 주어서 다시는 함께 나오지 못하게 하거라."
후예는 빨간색 멋진 활과 하얀 깃털이 달린 화살을 가지고 땅으로 내려왔어요. 땅에 도착한 후예는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었고, 세상은 온통 말라붙어 있었거든요. 후예는 생각했어요. '이대로 두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말 거야. 겁만 줘서는 안 되겠어.'
후예는 가장 큰 나무 위로 올라가 활을 높이 들었어요. 그리고 첫 번째 해를 향해 힘껏 화살을 쏘았죠. 슝! 화살은 정확히 해의 한가운데를 맞혔고, 해는 '펑!' 소리를 내며 불꽃을 터뜨리고는 까마귀처럼 변해 땅으로 떨어졌어요.
"와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후예는 멈추지 않았어요. 두 번째 해를 향해 슝! 세 번째 해를 향해 슝! 후예가 화살을 쏠 때마다 하늘의 해가 하나씩 떨어져 나갔어요. 그렇게 아홉 개의 해가 떨어지고, 하늘에는 이제 단 하나의 해만 남게 되었죠.
마지막 남은 해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구름 뒤로 쏙 숨어버리려고 했어요. 그때 땅의 임금님이 말했어요. "후예 장군, 이제 되었소! 해가 하나도 없으면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추워질 것이오. 저 마지막 해는 남겨둡시다."
후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덕분에 세상은 다시 시원해졌고, 강에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 후로 하늘에는 해가 하나만 뜨게 되었고, 우리는 낮에는 따뜻한 햇볕을 받고 밤에는 시원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하늘 임금님은 아들인 해들이 죽은 것을 알고는 무척 슬퍼하며 후예에게 화를 냈어요. 그래서 후예는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땅에서 살아야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며 오래오래 고마워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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