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충수
중국 우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은 아니고, 그냥 옛날에요. 음악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임금님이 한 분 계셨어요. 임금님은 특히 '생황'이라는 악기 소리를 좋아했는데,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와글와글 연주하는 걸 훨씬 더 좋아했답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궁궐에는 생황 연주자가 무려 삼백 명이나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오케스트라였죠.
어느 날, 남곽이라는 사람이 궁궐 문을 두드렸어요. "저도 생황 연주를 아주 잘합니다! 저도 연주단에 끼워주세요!" 사실 남곽은 생황을 한 번도 불어본 적이 없었어요. 악보도 볼 줄 몰랐죠. 하지만 '에이, 삼백 명이나 되는데 나 하나쯤 껴도 모르겠지? 월급도 받고 좋잖아!' 하고 생각했어요.
임금님은 새로운 연주자가 왔다고 해서 무척 기뻐하며 남곽을 받아주었어요. 남곽은 커다란 생황 연주단 사이에 슬쩍 끼어들었죠. 다른 연주자들이 멋지게 "뿌우~ 빠아~" 하고 생황을 불 때, 남곽은 입만 뻐끔뻐끔, 손가락만 바쁘게 움직이는 척했어요. 소리는 하나도 내지 않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니까 아무도 남곽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남곽은 매일 맛있는 밥도 먹고, 꼬박꼬박 월급도 받으면서 아주 편하게 지냈답니다. "하하, 이거 완전 꿀이잖아!" 남곽은 속으로 생각했어요.
몇 년이 지나, 생황 합주를 좋아하던 임금님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이 새로운 임금님이 되었어요. 새로운 임금님도 음악을 좋아했지만, 취향이 조금 달랐어요. "음, 이렇게 다 같이 시끄럽게 연주하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군."
새로운 임금님은 명령을 내렸어요. "오늘부터 생황 연주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연주하도록 하라! 내가 직접 감상하겠다!"
이 말을 들은 남곽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어요. "어, 어쩌지? 나는 생황을 전혀 불 줄 모르는데! 혼자 연주하면 바로 들통날 텐데!" 남곽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어요. 다른 연주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 멋진 연주를 선보일 때마다 남곽은 안절부절못했죠.
드디어 자기 차례가 다가오자, 남곽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날 밤, 남곽은 아무도 모르게 자기 생황(물론 불지도 못하는)을 둘러메고 궁궐에서 살금살금 도망쳐 버렸답니다.
결국 진짜 실력이 없었던 남곽은 더 이상 가짜 연주자로 지낼 수 없게 된 거예요. 역시 무엇이든 정직하게 진짜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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