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와 포도나무

    이솝 우화
    햇살 좋은 어느 오후였어요. 배가 몹시 고픈 여우 한 마리가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었죠.
    "아, 배고파. 뭐 맛있는 거 없을까?"
    여우는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먹을 것을 찾아 숲 속을 어슬렁거렸어요.

    그때, 여우의 눈에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포도송이가 들어왔어요! 포도는 높은 포도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답니다.
    "와, 정말 맛있겠다!"
    여우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포도를 따려고 폴짝폴짝 뛰어올랐어요.
    하지만 포도는 너무 높이 달려 있어서 여우의 발이 닿지 않았어요.

    "에잇, 조금만 더!"
    여우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점프! 또 점프!
    그래도 포도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우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죠.
    여우는 숨을 헐떡이며 잠시 쉬었어요.
    '저렇게 탐스러운 포도를 그냥 두고 갈 순 없지.'

    여우는 다시 한번, 이번에는 더 멀리서부터 달려와 있는 힘껏 뛰어올랐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실패!
    여우는 몇 번 더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어요.

    여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포도나무를 올려다보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중얼거렸죠.
    "흥! 저 포도는 어차피 엄청 실 거야. 안 익어서 맛도 없을 거라고. 저런 신 포도는 안 먹는 게 낫지. 안 먹길 잘했네."
    여우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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