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레 할머니

    그림 동화
    어느 작은 마을에 엄마와 두 딸이 살고 있었어요. 한 딸은 마음씨도 곱고 아주 부지런했지만, 엄마의 친딸은 아니었어요. 다른 딸은 얼굴도 예쁘지 않고 게으름뱅이였지만, 엄마는 이 딸만 아꼈답니다.

    착한 딸은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물을 긷고, 빨래하고, 실을 잣느라 쉴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우물가에서 실을 잣다가 그만 피곤해서 손가락에 피가 났어요. 피 묻은 물레 가락을 우물물에 씻으려다 그만 풍덩 빠뜨리고 말았죠.

    새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네가 빠뜨렸으니 네가 찾아와! 못 찾으면 혼날 줄 알아!"
    착한 딸은 너무 무섭고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착한 딸이 정신을 차려보니, 예쁜 꽃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풀밭 위에 누워 있었어요. 햇살은 따뜻하고 새들은 노래했죠.
    착한 딸은 풀밭을 걸어갔어요. 조금 가니, 빵빵하게 구워진 빵들이 오븐 속에서 외쳤어요. "아가씨, 아가씨! 저 좀 꺼내주세요! 안 그러면 다 타버리겠어요!"
    착한 딸은 얼른 빵들을 조심조심 꺼내주었어요.

    또 조금 가니, 빨갛게 익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말했어요. "아가씨, 아가씨! 저를 좀 흔들어주세요! 사과가 너무 무거워요!"
    착한 딸은 있는 힘껏 나무를 흔들어 맛있는 사과를 우수수 떨어뜨려 주었죠.

    마침내 작은 집 앞에 도착했는데, 창문으로 이빨이 아주 큰 할머니가 내다보고 있었어요. 착한 딸은 조금 무서웠지만, 할머니는 아주 다정하게 말했어요. "아가야, 무서워하지 마라. 나는 홀레 할머니란다. 내 집에 와서 일을 도와주면 잘 대해주마. 네가 할 일은 아주 간단해. 내 침대 이불을 힘껏 터는 거란다. 그러면 세상에는 하얀 눈이 내리지."

    착한 딸은 홀레 할머니 집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매일 아침 이불을 팡팡 털면, 하얀 깃털이 눈송이처럼 흩날렸죠. 홀레 할머니는 착한 딸에게 맛있는 음식도 주고 아주 잘해주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착한 딸은 집이 그리워졌어요.
    "할머니,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홀레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네가 착하게 일했으니, 내가 직접 데려다주마."

    홀레 할머니는 착한 딸의 손을 잡고 커다란 문으로 데려갔어요. 착한 딸이 문을 지나가자, 갑자기 황금비가 쏴아아 쏟아져 내렸어요! 착한 딸의 온몸이 반짝반짝 황금으로 뒤덮였죠.
    "이건 네가 부지런히 일한 상이란다." 홀레 할머니가 말하며 우물에 빠졌던 물레 가락도 돌려주었어요.

    착한 딸이 집에 돌아오자, 지붕 위에 있던 수탉이 큰 소리로 울었어요. "꼬끼오, 꼬꼬! 우리 황금 아가씨가 돌아왔다!"
    엄마와 게으른 딸은 황금으로 뒤덮인 착한 딸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게으른 딸도 황금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물레 가락을 우물에 던지고는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죠.
    게으른 딸도 똑같이 예쁜 풀밭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빵들이 꺼내달라고 소리쳐도 "흥,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해?" 하고 지나가 버렸어요. 사과나무가 흔들어달라고 부탁해도 "내 알 바 아니야!" 하고는 쳐다보지도 않았죠.

    홀레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도 일하는 둥 마는 둥, 이불도 대충 툭툭 털었어요. 그러니 세상에는 눈이 조금밖에 오지 않았죠. 며칠 지나지 않아 홀레 할머니는 게으른 딸에게 말했어요. "너는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게으른 딸은 속으로 '이제 나도 황금비를 맞겠지?' 하며 신이 났어요.

    하지만 홀레 할머니가 데려간 문을 지나자, 황금 대신 시커먼 먹물 같은 것이 끈적끈적하게 쏟아져 내렸어요! 게으른 딸은 온몸이 시커멓게 되었죠.
    "이건 네가 게으름 피운 벌이란다." 홀레 할머니가 말했어요.

    게으른 딸은 온몸이 시커멓게 된 채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지붕 위 수탉이 또다시 울었죠. "꼬끼오, 꼬꼬! 우리 시커먼스 아가씨가 돌아왔다!"
    그 시커먼 것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서, 게으른 딸은 평생 그렇게 살아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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