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나무와 갈대

    이솝 우화
    강가에 아주 커다란 떡갈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었어요. 떡갈나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다고 생각하며 늘 으쓱거렸죠. 그 옆에는 키 작은 갈대들이 살랑거리며 자라고 있었고요.

    어느 날, 떡갈나무가 갈대들을 보며 말했어요. "얘들아, 너희는 왜 그렇게 약하니? 바람만 살짝 불어도 이리저리 휘청거리잖아. 나를 좀 봐! 이렇게 튼튼하고 굳건하게 서 있잖니!"

    갈대들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떡갈나무님, 저희는 약해 보이지만 바람에 맞춰 몸을 숙일 줄 알아요. 그래서 웬만한 바람에는 꺾이지 않는답니다."

    떡갈나무는 코웃음을 쳤어요. "흥! 숙인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야? 강한 것이 최고지!"

    며칠 뒤, 아주 무섭고 거센 폭풍이 몰아쳤어요. 쌩쌩! 쏴아아! 바람이 미친 듯이 불고, 비도 억수같이 쏟아졌죠.

    키 작은 갈대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몸을 낮게 숙였어요. 마치 바람에게 "지나가세요" 하고 인사하듯이요. 바람은 갈대들 위로 휙휙 지나갔지만, 갈대들은 부러지지 않고 잘 버텼어요.

    하지만 떡갈나무는 달랐어요. "이까짓 바람 따위!" 하며 꼿꼿이 서서 폭풍에 맞섰죠. 떡갈나무는 자신의 힘을 믿고 조금도 숙이려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폭풍은 점점 더 강해졌어요. 결국, 우지끈! 쿵! 거대한 떡갈나무는 그만 뿌리째 뽑혀 강가에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폭풍이 지나가고 해가 다시 반짝 떴어요. 갈대들은 다시 허리를 펴고 꼿꼿이 섰어요. 모두 무사했죠. 하지만 자랑스럽던 떡갈나무는 힘없이 누워 있었어요.

    쓰러진 떡갈나무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 강한 것만이 항상 좋은 건 아니구나. 때로는 부드럽게 숙일 줄 아는 것이 더 지혜롭고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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